안동간고등어

"아가, 오늘 저녁은 고등어 좀 구워라"

적어도 30대 중반이 넘은 이들은 어릴적 시골장에서 노란 새끼줄에 매달려 할아버지 손에 들려와 입맛을 돋구었던 '자반 고등어'를 기억할 것이다. 이런 자반 고등어 중에서도 그 맛과 명성이 생활 깊숙히 자리잡고 대를 이어온 것이 '안동 간고등어'다. 그만큼 '안동 간고등어'는 간을 잡는 기술과 숙성도, 선도면에서 뛰어나다.

자반은 대기중량의 10% 정도의 소금량을 뿌린다. 그래야 맛이 알맞게 든다. 15~35%까지 소금을 쓰면 젓갈이 된다. 소금간을 뺄때는 1.5%의 소금물에 담궈야 한다. 그래야 짠 맛의 주성분인 염화나트륨이 먼저 나오고 나서 염화마그네슘과 염화칼슘 등이 빠지면서 씁쓸한 맛과 떫은 맛이 빠져 제대로 된 맛을 내게 된다. 이처럼 자반은 고도의 '식품과 학성'이 담겨있다.
그런데 이런 자반 중에서도 안동 간고등어의 맛과 명성이 유별난 것은 내륙에 위치한 안동의 지리적 특성 맛이 크다.

옛날 교통수단이 발달하지 못했을 때 안동에서 가장 가까운 어촌인 영덕에서 해물을 지고 해뜰 무렵부터 걷기 시작하면 저물 무렵에 도착하는 곳이 '챗거리 장터'였다. 챗거리 장터는 안동시 임동면 중평리에 위치한 곳으로, 지금은 수몰되고 없어졌지만 한때는 경북북부권에서 최고의 '장'이 섰던 곳이다. 해물이 전혀 나지 않는 안동에서는 챗거리장터를 기점으로 살아 있는 해물 맛을 보기가 힘들었다. 그래서 해물의 맛과 신선도를 유지하면서도 독특한 맛을 만들어 내는 비법이 발달했으니, 그 중에 하나가 이른바 '자반 고등어'다. 일명 '안동 간고디(안동속어)'로 불리는 이 자반 고등어는 이후 안동은 물론 경북북부권과 서울, 심지어는 바닷가에서조차 찾는 음식이 되었으니 그 맛과 명성이 얼마나 컸던가를 알 수 있다. 지금도 40대가 넘는 이들은 이 맛을 잊지 못하고 입맛이 없을 때마다 '간고등어 타령'을 하는 경우가 많다.

안동 간고등어는 40~50년대까지 안동포, 안동소주와 함께 지역 주민들의 식생활 깊숙히 자리잡으면서 그 명성을 날렸다. 지금도 그 명성은 유별나지는 않지만 은은히 이어지고 있다. 아직도 각 가정에서는 제수 용품으로 고등어를 필수로 하고 있으며, 그 중에서도 안동 간고등어를 찾아 젯상에 올리는 경우를 찾기란 그리 어렵지 않다.
해방 전후 안동지역에는 간고등어 도가(都家)가 30여개소에 이를 정도로 생선 유통의 내륙 중간 기착지로 고등어 염장업이 발달했으나 지금은 6개소 뿐이다. 임동 챗거리장터의 수몰로 인해 안동시 안흥동 신시장을 중심으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것이다. 아마 안동을 제외하고는 전국 어디에서도 제대로 된 '간고등어'의 맛을 보기 힘들 것이다. 그래서 나이든 이들은 줄곧 '안동 간고등어'를 찾는다. 그러나 요즘 30대 중반 밑으로는 '안동 간고등어'라는 이름을 알지 못한다. 물론 안동에 살고 있는 이들은 알겠지만 안동을 벗어난 지역의 이들은 '간고등어의 향수'를 알 턱이 없다. 그만큼 세대가 바뀌면서 식생활 문화가 변화되어 가고 있다.

우리의 토종 음식 「안동 간고등어」. 그 이르이 아직까지는 독특한 지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이제 점차 잊혀져 가는 이름이 될지도 모른다. 작은 중소도시 안동에서 그 명맥을 유지하고 있는 간고등어의 짠맛은 그대로지만, 앞으로 몇 세대를 거친다면 '안동 간고등어'는 그저 옛 식문화로만 남을지도 모르는 것이다.

1999.9.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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