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간고등어의 명성 그냥 얻어지나요?"

고등어 천지인 부산공동어시장. 갑자기 중도매인들이 웅성거리기 시작한다. '오늘도 큰 고등어(300~500g 무게의 상급 고등어)의 가격이 오르겠는걸' '큰 고등어를 어떻게 확보하지' 중도매인들의 표정에 걱정이 가득하다.

이른바 '큰손'이 떴기 때문이다. 이들은 경북 안동의 명물인 '안동간고등어' 제조업체에 상급 고등어를 공급하는 도매인들. 간고등어의 주 원료인 상급 고등어를 집중적으로 구입하면서 붙은 별칭이다. 이들이 한해 구입하는 상급 고등어는 8천~1만t. 지난해 부산공동어시장에서 거래된 큰 고등어의 위판량 2만700여t의 절반 수준에 육박한다.

왜 연근해산 큰 고등어만을 고집할까. 오랫동안 맛을 유지해야하는 간고등어는 좋은 재료가 '필수'다. 연근해산 큰 고등어는 기름기가 많고 통통해 장기간 맛을 유지할 수 있으며 특히 육질도 찹쌀처럼 부드러워 안동간고등어의 주 원료로 안성맞춤이다.

좋은 재료는 안동간고등어의 가치를 높이고 있다. 지난해 한국생산성본부가 평가한 안동간고등어의 브랜드 가치는 113억원. 단일 특산품으로는 국내 최고다. 경제 유발 효과만 따져도 수천억원에 이른다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안동간고등어 생산업체 ㈜안동간고등어 관계자는 "제주도 근해에서 잡힌 가장 통통하고 선도가 높은 큰 고등어를 엄선해 주 원료로 사용한다. 부산공동어시장의 고등어가 그 주인공"이라며 "엄격히 선별한 재료를 사용하다보니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안동간고등어를 찾게 된다"고 말했다.

질 높은 상품을 만들기 위한 노력도 빼놓을 수 없다. 10여년 전 ㈜안동간고등어는 발품을 팔아 시장에서 묻혀가던 '간잽이' 이동삼(65)씨를 고용해 안동간고등어의 독특한 맛을 찾아냈다. '간잽이'는 간고등어에 짭짤한 맛을 녹여내는 명인이다.

또 안동간고등어 제조업체들은 생산에만 집중할 뿐 유통과 판매에는 신경쓰지 않는다. 다른 분야로 확장하다 보면 상품의 질이 떨어질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안동간고등어 조정연 홍보팀장은 "생산 부서외에 영업 유통 기획 부서는 아예 없다"며 "돈을 벌기 위한 상품이 아닌 소비자들에게 즐거움과 맛을 전달하기 위한 상품을 만드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 형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