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고장인물] 안동간고등어 류영동

뱃길이 닿지 않는 내륙에서 생선을 브랜드화한 사람. (주)안동간고등어 류영동 대표(44)는 자반고등어를 국내는 물론 세계인의 밥상에 올려놓은 인물로 평가받고 있다.

1999년 ‘안동간고등어’를 처음 브랜드화한 이래 지난 한 해 매출액이 1백70억원이 넘고 미국 등 10개국에 수출까지 하는 안동의 대표 브랜드로 키웠기 때문이다.

그가 간고등어를 안동의 특산품으로 상품화할 생각을 한 것은 1999년 초. 의류 유통업을 하다 IMF가 닥치면서 빚만 잔뜩져 가게를 접고 놀고 있을 때였다. 부인(42)으로 부터 술값, 담배값을 타쓰며 낮과 밤이 뒤바뀐 ‘백수생활’을 하던중 술자리에서 ‘(안흥동)신시장 간고디이(간고등어)는 안동의 명물이다. 선물로 사가는 사람도 많다”는 말을 듣고 무릎을 탁 쳤다.

이동 수단이 발달하지 않았던 시절 멀리 영덕 강구항에서 우마차꾼과 바지게꾼이 꼬박 1박2일 동안 실어 와 얼추 상하기 직전 소금을 쳤기 때문에 맛있다는 간고등어. 그는 이같은 간고등어 맛을 그 유래와 함께 널리 알리는 등 안동의 전통과 결부시키면 브랜드 가치가 있겠다 싶었다.

곧 바로 상품 기획을 하고 안동 신시장에서 40여년 동안 고등어 간을 맞춰온 ‘간잽이’ 이동삼씨(64)를 스카웃했다. 안동과학대학에 의뢰해 로고와 디자인을 고안, 생선 포장용 비닐팩 등을 만들고 신시장 한켠에서 간잽이 이씨와 아주머니 4명을 데리고 그 해 9월 ‘안동간고등어’를 첫 출시했다.

초기 운영자금이 없어 어려움을 겪기도 했으나 1년이 채 안돼 제2공장을 건립, 가동할 정도로 ‘안동간고등어’는 날개돋힌 듯 팔려나갔다. 재미교포와 합작, 2002년 8월 미국에도 공장을 세워 현지 생산에 들어갔으며 일본, 홍콩 등에 이어 올해는 칠레와 파라과이 등으로도 수출 길을 넓혔다.

죽염간고등어와 녹차간고등어도 출시하는 등 제품 다양화에도 신경을 썼으며 30여개의 체인점도 확보했다. 현재 종업원 110여명에 올해 매출 목표액을 3백억원으로 잡고 있는, 안동에서 손꼽히는 기업으로 키웠다.

그는 지역 인사들과 함께 옛날 바지게꾼이 강구항에서부터 고등어를 운송하던 모습을 복원하고 ‘장빙제(藏氷祭)’를 재현하는 등 전통문화 발굴을 위한 지원도 함께 해왔다. 인터넷과 전화 판매 때는 안동문화 안내 책자와 400여년 전 ‘원이 엄마의 편지’(1998년 분묘 이장 과정에서 발견된, 31세로 숨진 남편에게 보내는 아내의 애절한 사랑이 담긴 편지)를 함께 넣어 보내기도 한다.

“경영자가 부를 축적하기 위한 회사가 아닙니다. 지역민들이 힘을 모으고 안동의 문화가 키운 업체입니다. 이윤이 나면 우리 전통식품 개발과 문화 발전·직원 복지 등을 위해 써야지요.”

이 때문인지 그는 이전의 방 두 칸 짜리 사글세 신세에서는 벗어났지만 아직 전세 5천5백만원의 36평 짜리 아파트에서 살고 있다.

〈최슬기기자 skchoi@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