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간고등어

[도전 창업·성공 CEO] 미국 진출한 ‘안동간고등어’ 류영동 사장

“주문 밀려도 고유 손맛 지킨다”

글 노진섭 기자 (janews@joongang.co.kr)

안 동에 위치한 ㈜안동간고등어(www.godunga.co.kr 054-853-0545) 공장에 도착하자마자 바다와 인접한 항구의 시장에서나 날 듯한 생선 비린내가 진동했다. 회사 뒷편의 간이 공장에서는 십여명의 아줌마들이 빠른 손놀림으로 수천 마리 고등어를 다듬고 있었다. 안동간고등어를 전국에 보급하고 있는 생산기지의 풍경이다.

안동간고등어로 지난해 120억원 매출을 올린 류영동(44) 사장은 올해 매출을 200억원으로 늘려 잡고 있다. 또 안동간고등어를 주요 메뉴로 한 요리전문점을 가맹점화해 현재 전국적으로 25개의 체인점을 확보하고 있다.

지난해에는 미국 뉴욕주 롱아이랜드에 현지 공장을 설립하고 올해 6월부터 안동간고등어를 생산해 미주 교포들의 식탁까지 노리고 있다. 상표와 실용신안 등록은 물론 국제인증(ISO9001)도 획득해 세계적인 품질 경쟁력도 갖췄다.

질좋은 국산 고등어 부산 등서 직구매

그의 사업이 처음부터 탄탄대로였던 것은 아니다. 어릴 적 할머니가 밥숟가락에 얹어주던 간고등어 맛을 잊을 수 없었던 류사장은 안동간고등어가 유명하지만 전국적으로 시판되는 제품이 없다는 점에서 사업 아이디어를 얻었다.

류사장은 1998년 시장조사와 상품기획을 마치고 이듬해 9월부터 안동간고등어 시판에 들어갔다. 소상공인지원센터의 컨설팅을 받고 신용보증기금으로부터 받은 창업자금 3,000만원과 사채 4,000만원, 총 7,000만원으로 회사를 차렸다. 하지만 냉동창고 등 시설비로 6,500만원을 제외하고 수중에 가진 운영자금은 500만원. 그 돈으로 고등어를 처음 사들였다.

두번째 고등어 물량이 필요했던 류사장은 부산공동어시장의 경매담당자를 설득해 1,200만원어치를 운좋게 외상으로 구입했다. 며칠 후 다시 고등어가 급하게 필요했던 류사장은 염치 불구하고 다시 외상 매입을 부탁하러 부산으로 향했다.

“1,500만원어치 고등어가 더 필요했습니다. 무릎을 꿇고 빌었죠. 그런데 ‘지난번 외상값도 갚지 않고 어떻게 또 외상으로 고등어를 사러 왔냐’며 경매사로부터 심한 욕까지 듣고 쫓겨났습니다. 사촌누나에게 급전을 부탁하기 위해 공중전화 수화기를 들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자금이 없었기 때문에 국산 고등어보다 비교적 싼 노르웨이산 고등어를 권유하는 유혹이 많았다. 그러나 품질마저 떨어지면 사업은 끝이라고 생각했다. 류사장이 가장 비싼 국산고등어를 부산과 제주도에서 직구매하고 소금도 전라도 신안산을 고집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류사장은 “안동간고등어 품질을 위해서는 세가지 요소가 잘 조화를 이뤄야 한다”고 주장했다. “온도, 소금량, 시간, 이 3박자를 잘 맞추는 것이 안동간고등어의 맛을 좌우합니다. 상온에서 소금간을 하면 육질에 소금의 짠맛이 너무 빨리 침투합니다. 그래서 영하의 온도에서 소금간이 배도록 하는 노하우가 중요한 것이죠.”

프랜차이즈 ‘시골밥상’ 뉴욕서 개점

류사장의 안동간고등어는 출시와 함께 말 그대로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짧은 시간이었지만 그사이 미국에까지 소문이 났다.

“2001년 한 재미교포로부터 연락이 왔어요. 간고등어 합작공장을 미국에 설립하자는 제안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그해 각각 2억원을 출자해 총 4억원으로 미국 현지공장법인 ADK USA(안동간고등어를 우리말 발음대로 적음)를 설립했다.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까지 받고 매월 15만손 생산 규모로 지난달부터 제품을 출하하기 시작했다.

류사장은 전국적으로 일고있는 토종 먹거리의 프랜차이즈화에 자극받아 지난해 3월, 안동간고등어 요리전문점 ‘시골밥상’을 브랜드화해 현재 15개 점포를 거느리고 있다. 프랜차이즈 사업이 알려지자 이번에는 또다른 재미교포에게서 연락이 왔다.

“미국 힐튼호텔 총지배인인 재미교포가 지난해 7월 미국 전역에 시골밥상 프랜차이즈를 하겠다는 것이었습니다. 올해 안에 뉴욕에서 시골밥상 두곳이 문을 열 예정입니다.”

제품매출액이 해를 거듭할수록 급상승하고 있지만 류사장은 아직 회사 내에 영업사원을 두지 않고 있다고 했다.

“영업을 따로 할 필요가 없습니다. 납품할 수 있는 양이 주문량의 절반에도 못미치고 있거든요. 백화점과 할인점의 구매자들이 찾아와 사정사정하다시피 합니다. 그래도 어쩔 수 없죠. 어차피 수작업으로 고등어를 취급하기 때문에 생산력에는 한계가 있거든요.”

안동간고등어는 그동안 안동 시내에 세개의 소규모 공장을 운영해오다 9월부터 대형 생산라인을 갖춘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매년 고등어 어획고는 줄고 있다고 하지만 고등어 소비규모는 계속 커지고 있습니다. 수요가 많기 때문에 수입 고등어를 사용하자는 유혹도 있지만 욕심 안부리고 안동간고등어 고유의 맛을 살리는데만 전념할 생각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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